이 글은 『용과같이7』의 서브스토리 [No.20–고독한 식탁] 를 기반으로, 원래 이야기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감정선과 병맛을 재구성한 팬심 가득한 서사 재현 콘텐츠입니다.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대사와 장면은 가능한 한 흐름에 맞게 덧붙였으며,
『용과같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애정을 담아 풀어냈습니다.
리뷰도, 창작도, 리터치도 아니며
그저 한 장면 속 감정을 조금 더 또렷하게 꺼내보고 싶은 마음으로 썼습니다.
※ 본문 내 모든 스크린샷은 <용과같이> 시리즈(직접 촬영)에서 발췌했습니다.
1부 혼밥의 끝에서 : 외로움이 말 걸던 날 << 클릭
[2부 혼밥의 끝에서 : 혼자가 아니야]
다음 날, 카스가는 평소보다 느릿한 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흘러가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췄다.
그가 멈춰 선 곳은 익숙한 이름의 간판이 걸린 작은 스포츠 용품점이었다.
타니야마 스포츠.
(그러고 보니…
노보루가 갖고 싶다던 글러브가 이 가게에 있던가…)
바로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두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앞장선 남자는 까까머리에 열에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와아아~ 토야마 모델 글러브를 구했다니, 이건 신이 내린 세이프지!
진짜야, 어제 꿈에 야구의 신이 나와서 ‘지금 아니면 못 산다’고 했다니까!?
마지막 두 개 중 하나를 내가 낚다니…
이건 그냥 슬라이딩 세이프가 아니라,
홈런 치고 나서 슬라이딩도 하고 세리머니도 한 다음에 응급실 가는 급이야.
불타는 붉은색… 이건 그립감도 컬러도 완봉승이다, 완봉승!”
그 남자는 잔뜩 흥분한 상태로 가게를 떠나갔다.
카스가는 작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
노보루 어머니가 사러 올 수도 있지만,
누가 먼저 집어 가기 전에… 내가 그냥 확보해 둘까…?)
그가 고민하던 찰나, 누군가 가게 주인을 불렀다.
조심스러운 말투였지만,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잠시만.”
돌아본 주인은 그녀를 알아본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 타마에 씨! 글러브 때문에 온 거지? 토야마 모델 말이야.”
카스가는 재차 시선을 고정했다.
(…이런, 저 사람도 글러브를…!)
타마에라는 이름의 여성은 짧게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그래. 이번 달 사정이 좀 빡빡해서. 돈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걸렸어.”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다시 나올 땐 손에 쇼핑백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 속엔, 마지막 남은 불타는 빨간색 글러브가 들어 있었다.
“이 모델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자, 아들이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군!”
타마에는 조심스럽게 쇼핑백을 받아 들며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엔 안도와 따뜻함이 동시에 비쳤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깝지 않아.
평소에는 눈치 보느라 뭘 사 달라고 조른 적도 없는데,
처음으로 먼저 얘기했어. 어지간히 이 글러브를 갖고 싶었나 봐.”
(저 누님의 아들이 설마… 노보루…?)
“밤마다 집에서 혼자 많이 쓸쓸했을 거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면 좋겠는데.”
주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말에는 위로가 담겨 있었다.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건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느라 그런 거잖아.
분명 이해하고 있을 거야.”
타마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아무튼 늦지 않게 구해서 다행이야.
잠시 후에 만나기로 했거든.
그이가 살아 있었을 때... 셋이서 자주 가던 가게에서.”
주인은 힘껏 응원하듯 말했다.
“그럼 어서 가 봐야지!”
카스가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노보루의 엄마인 모양이군.
좋은 엄마였구나. 잘 됐다, 노보루.)
그 순간이었다.
달리 설명할 틈도 없이, 한 남자가 골목 어귀에서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타마에의 손에서 쇼핑백을 낚아채 도망쳤다.
(말도 안 돼…!!)
“그, 그건 안 돼! 도, 도둑이야!”
타마에는 중심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타, 타마에 씨! 괜찮아!?”
“그, 그보다 글러브를 되찾아야 하는데…!!”
카스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자식… 용서 못 해.
노보루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겠어!)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그의 시선은 오직 한 명, 달아나는 날치기를 향해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도둑은 한참을 달린 끝에 역 근처의 조용한 광장 한복판에 멈춰 섰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지금은 막차가 끊긴 시간.
텅 빈 공간엔 자판기 불빛과 바람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손에 든 쇼핑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 속엔 붉은색 토야마 글러브,
가장 마지막 남은 복각판 한정 모델이 반짝이고 있었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게 토야마의 복각 모델!"
"손에 쥐자마자 +5 강화된 느낌!
이건 그냥 글러브가 아니라 무기야, 무기!"
자기 자신에게 도취한 듯 웃고 있을 때,
광장 반대편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은 고개를 홱 돌렸다.
폭탄머리.
붉은 재킷.
싸늘한 눈빛.
카스가였다.
"설마… 경찰? 아니, 경찰이 저런 머리일 리 없잖아!?"
카스가는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거, 돌려줘. 그건 그 누님의 아들이 기대하고 있던 거다."
도둑은 코웃음을 쳤다.
"이 글러브엔 토야마의 땀이 흘러 있는 거라고!!
냄새 맡아봐, 살아있어!"
카스가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발 그만해라."
"어릴 땐 야구 시합 나가서 번번이 벤치였다구!! 지금이 내 홈런 찬스야!!"
카스가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도둑은 더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부터 9회말 2아웃 역전극 시작이다, 폭탄머리!!"
그 순간, 9회말 2아웃 전쟁이 플레이볼 되었다.



도둑은 소리도 못 지른 채,
딱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힘없이 구른 몸 옆으로 쇼핑백 하나가 굴러갔다.
투명한 비닐 너머로 빨갛게 물든 글러브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번들거렸다.
카스가는 말없이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붉은 글러브는 조용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좋아, 되찾았다.”
뒤편에서 누군가의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헐떡이며 달려온 타마에는 쓰러진 도둑을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은… 아까 그 도둑…! 당신이 해치워 준 거야?”
눈빛에는 놀람과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카스가는 그녀의 걱정을 가로막듯 고개를 저으며 쇼핑백을 내밀었다.
“됐어. 괜찮아. 이거, 돌려줄게.”
그녀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쇼핑백 안, 아이를 위해 간절히 준비한 선물이 다시 돌아왔다.
“고마워… 정말… 덕분에 다행이야.”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카스가는, 조용히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어서 노보루에게 가져다 줘.
분명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 애한테… 잊지 못할 하루가 되게 해 줘.”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는 돌아섰다.
아무 미련도 남기지 않은 듯한 뒷모습이었다.
타마에는 그를 바라보다가, 어딘가 아쉬운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어떻게 노보루의 이름을…?”
그 시각, 카스가는 느린 걸음으로 발을 옮기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비닐 사이로 비쳤던 글러브의 붉은 빛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글러브, 잘 전달됐겠지…?
아냐, 이런 건 직접 봐야 확실하지.”



카스가는 천천히 패스트푸드점 앞에 도착했다.
가게 입구 근처, 노보루가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서 있었다.
"아직 안 온 건가…? 아직인가…!"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눈동자가 바쁘게 흔들렸다. 손가락을 꼬며 서 있는 모습에 마음이 조급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스가는 가볍게 눈을 좁혔다.
(노보루 녀석, 안절부절이 따로 없군. 엄마는 아직 안 온 모양이지…)
그때였다.
조용히 다가온 따뜻한 목소리가 거리의 소음을 뚫고 들려왔다.
"노보루!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이처럼 고개를 들던 노보루는 곧장 그 목소리를 향해 달려갔다.
"아, 엄마! 괜찮아!"
타마에는 쇼핑백을 꺼내 들며, 아들에게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자, 생일 축하해. 노보루."
노보루는 쇼핑백을 받아 들고 두 손으로 봉투를 꾹 움켜쥐었다.
"와아앗!! 이거, 타니야마 스포츠 용품점 봉투잖아!? 열어봐도 돼!?"
들뜬 목소리엔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타마에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숨을 들이켰다.
"후후, 선물은 도망가지 않아. 안에 들어가서 같이 보자."
노보루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타마에는 살짝 몸을 웅크리며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직은 바깥 공기가 차가웠지만, 둘 사이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이 감돌고 있었다.
"오늘은 뭐든지 네가 먹고 싶은 걸 주문해도 돼. 뭐가 좋아?"
"엄마랑 같이 먹는 거면, 난 다 좋아!"
그 말에 타마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그 안엔 떨림이 담겨 있었다.
"노보루… 고마워. 항상 혼자라서 외로웠을 텐데… 엄마가 미안해."
노보루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외롭긴 했는데… 카스가 씨라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줬거든."
타마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스가 씨? 그게 누구야…?"
"헤헤, 가게 안에서 이야기해 줄게!"
둘은 웃으며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포장지의 바스락거림과 따뜻한 조명이, 마치 무대 위처럼 두 사람을 감쌌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스가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 눈빛엔 흐뭇함과 함께, 살짝 묻어나는 아련함이 어렸다.
"생일 축하한다, 노보루."
그 말은 바람 속으로 스며들 듯 낮고 조용했지만, 카스가의 마음속에서는 분명한 울림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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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같이7 병맛 귀결 서브스토리- 1부 한계돌파러 : 채찍과 콘크리트의 밤
이 글은 『용과같이7』의 서브스토리 [No.24–그 멋진 고통을 다시 한번] 를 기반으로, 원래 이야기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감정선과 병맛을 재구성한 팬심 가득한 서사 재현 콘텐츠입니다.원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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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시는 건 괜찮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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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도 예의는 지켜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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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선,병맛의 경계선
게임, 병맛, 감정선. 한 컷에 터지고, 한 줄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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