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용과같이7』의 서브스토리 [No.9 – 마지막 감]를 기반으로, 원래 이야기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감정선과 병맛을 재구성한 팬심 가득한 서사 재현 콘텐츠입니다.
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대사와 장면은 가능한 한 흐름에 맞게 덧붙였으며,
『용과같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애정을 담아 풀어냈습니다.
리뷰도, 창작도, 리터치도 아니며
그저 한 장면 속 감정을 조금 더 또렷하게 꺼내보고 싶은 마음으로 썼습니다.
《감 하나를 지키는 데에》 1부 — 일단 감은 지켰다
카스가는 조용한 공터를 걷다가
나뭇가지에 달린 열매 하나를 발견했다.
“오, 열매가 열렸네.
이거 감나무였군.”
그는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가지 끝에 단정하게 매달린 감 하나.
잔잔한 풍경 속에서,
그 감은 묘하게 시선을 붙잡았다.
잠시 뒤,
정장 차림의 남자가 휠체어를 밀며,
공터 안으로 들어섰다.
휠체어 위엔 분홍 외투를 입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표정은 침착했지만,
무기력함이 온몸에 스며 있었다.
남자가 말을 건넸고,
카스가도 어색하게 받아주었다.
형식적인 날씨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은 뒤,
남자는 소녀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맨날 방에만 있으면 나을 병도 안 나으니까요.
가끔은 이렇게 나오는 거죠.”
그러자 소녀가 낮고 또렷하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뭘 하든 나을 리 없어…
이제 곧 죽을 테니까…”
“저 감이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야.”
카스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은 절망이라기보단,
이미 자기 안에서 끝난 문장처럼 들렸다.
남자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듯,
그러나 여전히 피로한 얼굴이었다.
말없이 한 박자 쉰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자, 카나.”
그는 휠체어를 돌렸고,
소녀는 끝까지 감나무만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슬픔보다는 담담함에 가까웠다.
둘의 뒷모습이 멀어지고,
공터는 다시 조용해졌다.
카스가는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감이 떨어지면이라.”


며칠 뒤,
공터의 풍경은 변함없었다.
다만, 감은 여전히 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그 앞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이번엔 혼자였다.
그는 감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익숙한 듯 바라보는 눈빛엔
피로와 불안이 함께 스며 있었다.
카스가가 말을 건네자
남자는 딸이 수술을 앞두고 있어
요즘은 외출도 어렵다고 했다.
딸, 카나코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고,
지금은 수술 날짜를 기다리며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했다.
몸은 어떻게든 버텨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면,
건강한 몸도 따라 무너진다—
그게 의사의 말이었다.
남자는 카스가에게 감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딸이 어느 날 창문 너머로 이 감을 보며
이렇게 말했단다.
‘저 감이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남자는 종종 이곳에 와,
감이 아직도 매달려 있는지를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마치 딸의 생명이
정말 이 가지에 걸려 있는 것만 같아서...
카스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신도 이 주변에 자주 들른다며,
감이 잘 붙어 있는지 함께 지켜보겠다고.
그제야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이름을 밝혔다.
“저는 시부타니라고 합니다.”
“난 카스가야.”
둘은 짧게 인사를 나눴고,
남자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카스가는 다시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 수술까지만 잘 버텨다오.”

며칠 후,
카스가는 다시 공터를 지나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감나무가 있었지.
감은 아직 무사할까—응?!”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 스모선수가 감나무에 돌진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이 쿵쿵 울리며 나무에 부딪힐 때마다
가지 끝 감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으라차! 으라차차!!”
쿵! 쿵! 쿵!
카스가는 얼굴이 굳은 채로 공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봐!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스모선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 나무로 밀치기 연습 중임다.”
“도장은 어쩌고?!”
"저희 도장은
감독님, 사형, 저 셋뿐이었슴다."
"그런데 그 사형이
회식 자리에서—
한되짜리 술병에 머리를 맞고…
지금 병원에 입원 중임다."
"전… 연습 상대이자,
사형이자, 멘토이자,
인생의 기준점을 잃었슴다!!!"
"그래서 이번 봄 대회에서…
가해자의 목을 사형 제사상에 바칠 생각임다."
카스가는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네 사형, 아직도 살아 있잖아.”
“그 사람은 살아 있지만…
제 가슴속 사형은 그날, 사망했슴다.”
카스가는 얼굴을 감싸다 말고,
감나무를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그 나무 열매… 누군가의 희망이다.
그만 쳐라. 좀.”
카스가의 말에,
스모선수는 감나무에 조용히 손을 얹고
진지하게 속삭였다.
“요코하마의 모든 나무를 시험해봤지만
나무결이 제 사형과 닮았슴다.
사형도 저를… 이렇게 쳐주셨슴다.”
카스가는 더는 말할 수 없었고,
스모선수는 손바닥을 높이 들며 한 발짝 다가섰다.
“이 세상엔 두 종류의 감이 있슴다.
떨어질 감… 그리고 맞을 감.”
“당신이 어느 쪽일지는,
지금부터— 정해지겠슴다.”


스모선수의 로우킥과 카프킥은 집요했다.
카스가의 하체를 끊임없이 노렸고,
틈만 나면 필살기인 다이빙 헤드록을 던져왔다.
만만찮은 상대였다.
하지만—결국, 승자는 카스가였다.
“으… 윽… 분하다…”
스모선수가 바닥에 쓰러진 채 중얼거렸다.
카스가는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헉… 헉… 역시 만만찮군…”
“…앗. 감은?!”
가지 끝에 달린 감은
여전히 나무에 단정히 매달려 있었다.
“휴우… 무사한 것 같군.”
비틀거리며 일어난 스모선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당신 주먹… 단단했슴다.
이 나무를 지키려는 진심이—
제 턱뼈를 울렸슴다.”
카스가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주먹은 다르지만…
가슴은 같았을지도 모르겠슴다!!”
“…나는 아니거든?”
스모선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는 수 없군요.
이 나무는 당신에게 양보하겠슴다.”
“오, 그래. 고마워.”
“그럼 저는…
저를 받아줄 나무를 다시 찾아보겠슴다.”
카스가는 감나무를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그 나무, 오래 못 버틸 거다…”
스모선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터를 떠났다.
카스가는 다시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감은 여전히 가지에,
흔들림 없이 매달려 있었다.
“..됐어. 감은 살아 있고,
난 오늘 또 쓸데없는 정의를 해버렸군.”
“가끔… 확인하러 와야겠어.”
카스가는 감나무를 한 번 더 올려다본 뒤,
조용히 공터를 떠났다.
그 뒷모습은 담담했고, 감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감 하나를 노리는 건
스모선수만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작업 후기:
초반 감정선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졌고,
스모선수 대사가 생각보다 순해서 꽤 오래 고쳤습니다.
결국 감은 지켰지만… 제 정신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2부는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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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같이7 병맛귀결 서브퀘 《감 하나를 지키는 데에》 2부 — 그 감이 부른 자들
이 글은 『용과같이7』의 서브스토리 [No.9 – 마지막 감]를 기반으로, 원래 이야기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감정선과 병맛을 재구성한 팬심 가득한 서사 재현 콘텐츠입니다.원작의 정서를 훼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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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도 예의는 지켜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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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시동: 진지하게 병맛으로 게임하기
패드 잡으면 광기가 터지고 버튼을 누르면 병맛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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